2000년대 한국 발레 르네상스를 이끈 예술가이자 행정가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 이달 12일 세종문화회관이 새로 선보이는 세종 어린이 발레아카데미의 명예예술감독을 맡아 '누구나 배울 수 있는 발레' 교실을 지도한다. 이충우 기자 한평생을 발레에 바쳤는데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66)은 멈출 생각이 없다. 그의 말마따나 '경로 우대를 받아 대중교통도 무료인 나이'지만 여전히 더 나은 발레계를 위해 뛴다. 발레 변방국이던 우리나라에서 '발레 르네상스'를 창달한 그는 이제 '누구나 발레를 하는' '음악과 춤의 자유로움을 모두가 경험해보는' 세상을 꿈꾼다.그 첫발을 이달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세종 어린이 발레아카데미'에서 뗀다. 명예예술감독을 맡아 12주에 걸쳐 6~9세 아이들을 지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어 26일에는 세종 M씨어터에서 후배들과 함께하는 대화·참여형 공연 '발레드림(Ballet Dream)'도 개최한다. 아카데미 개강을 앞두고 매일경제와 만난 최 전 단장은 "발레는 음악 속에서 하는 여행"이라며 "발레 공연을 본 뒤 한 사람이라도 더 '직접 해보고 싶다'는 꿈을 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최 전 단장은 재일교포 2세 발레리나 출신으로, 총 12년간(1996~2001년, 2008~2013년) 국립발레단 단장을 역임했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약하다 34세에 은퇴했고, 37세의 젊은 나이로 단장직에 올랐다. 이후 국내 최초 '해설이 있는 발레'를 도입해 김주원·김지영·김용걸·이원국 등 스타 무용수 발굴 등 발레 대중화를 선도했다. 국립발레단이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스파르타쿠스' 등 대작을 2001년에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최 전 단장의 뚝심 덕분이었다. 정동극장장(2004~2007년),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2017~2021년)도 거쳤다.거침없이 호쾌하게 발레계를 이끌어온 그가 '일상 속 교육'에 팔을 걷어붙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립발레단장 시절에도 일반인 성인 발레반을 운영했고, 지금 미얀마 규모 7.7 강진의 '진앙'으로 꼽히는 사가잉에서 3일 한 여승과 주민이 무너져 내린 주택을 안타까운 얼굴로 지켜보고 있다. 사가잉=허경주 특파원 마을 곳곳에 폭탄이 떨어진 듯했다. 성한 건물을 도통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3일 미얀마 북서부에 위치한 불교 도시 사가잉은 ‘처참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했다.여승(女僧) 도뗀자이(48)는 반쯤 무너져 내린 5층 건물 앞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이곳은 여승을 위한 사원이었다고 했다. 말이 ‘사원’이지, 7~17세 동자승과 이들을 지도하는 관리자 스님 30여 명이 함께 모여 생활하고 교육하는 시설이기도 하다.어린 스님들을 위한 읽기와 쓰기 수업이 진행되던 지난달 28일 오후 12시 50분. ‘쿵’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건물이 흔들렸다. 대부분 황급히 빠져나왔지만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밖이 무섭다’며 다시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두 번째 진동과 함께 건물에 파묻혔다. 미얀마 규모 7.7 강진의 '진앙'으로 꼽히는 사가잉에서 3일 구조대원들이 잔해에 파묻힌 여승을 찾고 있다. 이 건물은 여승과 동자승들이 머물던 종교 시설이다. 사가잉=허경주 특파원 잔해 속에서 '살아'나온 건 단 한 명뿐. 지금까지 14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10대 두 명이 여전히 차갑고 날카로운 콘크리트 덩어리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도뗀자이는 “(사고 후) 구조대 몇 명이 왔지만 아이들을 구하기는 역부족이었다”며 눈물을 훔쳤다.건물 잔해에서는 한때 동자승이 배웠을 초등 1학년 과학 교재와 어린이용 교리 교재, 분홍색 가방이 나뒹굴고 있었다. 친구를 잃은 비극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너진 건물 앞에서 딜라시위섬(여승이 입는 분홍 가운)을 걸친 동자승 세 명이 흙놀이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도뗀자이 스님이 3일 미얀마 사가잉에서 지진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얀마에서 발생한 규모 7.7 강진으로 그가 여 동자승과 머무는 종교 시설이 무너져 내려앉았다. 작은 사진은 건물 잔해에서 발견된 동자승의 과학 교재 모습. 사가잉=허경주 특파원 군부-반군 휴전으로 다리 재개통한국일보는 지난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