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 앞에 제작 중인 모래 조각 작품 '고래 가족의 여행'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모래 위를 스치는 바람과 물결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작가의 손끝에서 태어난 모래조각은 잠시 그 자리에 머물며 말을 건넨다. 젓가락 하나로 빚어진 바다거북이와 고래의 형상은 곧 허물어질 운명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오래도록 남는다. ‘사라지는 조각’ 속에는 사라져선 안 될 경고가 있다. 모래 속에 담긴 목소리는 오래 남아 주변에 기후·환경 위험을 알린다.국내 모래조각 선구자인 김길만 작가는 최근을 주제로 한 작품을 공개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열린 형태의 공공예술이다.김 작가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가난으로 중학교 시절, 미술학원 한 달 다니지 못했지만 1987년 친구와 들른 해운대 백사장에서 평생의 작업을 시작했다. “돈이 들지 않는 예술”은 그에게 유일한 캔버스였고, 바닷가는 작업실이자 스승이었다.김 작가는 조소용 조각칼 대신 나무젓가락을 사용한다. 1990년 무렵, 한 아이가 핫도그를 먹고 버린 젓가락에서 영감을 얻은 뒤 지금까지 같은 도구를 쓴다. "직선을 표현하기에는 금속 도구가 좋지만, 곡선은 젓가락이 훨씬 정밀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젓가락 하나로 그는 여성의 머릿결, 해마의 눈망울까지 조각한다.최근 김 작가는 해양 생태계 보호 메시지를 담은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고래 작업에 앞서 3월에는 기장 임랑해수욕장에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을 형상화했다. 김 작가는 "거북이 한 마리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예쁜 조각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그의 모래는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 바람이 헌법재판소가 12·3 비상계엄의 실체에 관해 윤석열 전 대통령보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4일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114쪽 분량의 결정문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 곽 전 사령관은 이른바 '의원 끌어내기' 의혹 관련해 6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섰다. 그는 지난해 12월 4일 오전 0시 30분쯤 윤 전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전화해 "아직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며, '인원'을 당시 본회의장 내부 국회의원들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증인들. 왼쪽부터 윤 대통령,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사진 헌법재판소 윤 전 대통령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곽 전 사령관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회유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인원'이 아닌 '요원'을 끌어내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헌재는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을 사실로 인정했다. 헌재는 이날 결정문에서 "곽종근은 지난해 12월 9일 검찰 조사에서부터 증인신문이 행해진 6차 변론기일까지 피청구인의 위 지시 내용을 일부 용어의 차이만 있을 뿐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사진 헌법재판소 '우연한 정황'도 근거가 됐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열린 예하 부대 화상회의가 끝나고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과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관해 논의했는데, 이때 마이크가 켜져 있어 예하 부대에 그대로 전파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정황은 검찰 수사기록에 담겨 헌재에 증거로 제출됐다. 헌재는 "피청구인의 지시가 없었더라면 곽종근이 갑자기 김현태와 안으로 들어가 150명이 넘지 않게 할 방법을 논의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은 이진우 전 수